
편성 : tvN 2023.05.06. ~ 2023.06.11. 12부작
시청률 : 8.0%
출연 : 이동욱 김소연 김범 류경수 황희 김용지 김정난
tvN 드라마 ‘구미호뎐1938’은 전작 ‘구미호뎐’의 성공에 이어 탄생한 시즌2 격 작품으로, 설화 판타지를 시대극에 녹여낸 독특한 시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번 리뷰에서는 이동욱과 김소연의 열연, 판타지 요소의 재해석, 그리고 1930년대 배경 속 스토리텔링의 강점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이동욱·김소연의 강렬한 캐릭터 몰입
‘구미호뎐1938’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배우들의 캐릭터 몰입도다. 이동욱은 시즌1에 이어 다시 한 번 이연 역을 맡아, 전설 속 구미호의 매혹적인 이미지를 완벽히 구현해낸다. 특히 이번 시즌에서는 시간여행을 통해 1938년으로 돌아간 이연의 혼란과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이동욱 특유의 절제된 눈빛 연기와 액션 장면에서의 날렵한 몸놀림은 캐릭터의 이중적인 매력을 더욱 부각시킨다. 기존의 구미호가 가진 신비함과는 다르게, 인간적인 면모와 형제애, 책임감을 지닌 ‘입체적인 존재’로 진화한 이연은 시청자의 공감을 유도한다. 김소연은 극 중 ‘류홍주’ 역으로 등장하며, 기존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강렬한 여성 캐릭터를 선보인다. 1930년대 고급 요정의 사장이자 구미호인 그녀는 강인함과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로, 이동욱과의 케미가 돋보인다. 김소연 특유의 카리스마 있는 표정 연기와 발성은 류홍주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하며, 매 등장마다 극의 흐름을 압도한다. 두 주연 배우의 연기력은 드라마의 판타지적 설정을 현실감 있게 만들며,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축으로 작용한다.
1938년 시대극과 전통 설화의 융합
‘구미호뎐1938’은 단순한 판타지 드라마가 아니다. 일제강점기라는 실제 역사적 배경 위에 전통 설화를 결합시킴으로써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한다. 이는 기존의 구미호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던 시즌1과는 또 다른 방향성을 보여준다. 1930년대는 한국 역사상 가장 격동적이고 아픈 시기 중 하나다. 이 드라마는 그런 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역사적 사실에만 의존하지 않고,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해 보다 풍성한 서사를 만든다. 독립운동가, 일본 경찰, 요정 사장, 괴물 등 다양한 존재들이 얽히며 독특한 시너지를 일으킨다. 드라마 속에서 전통적 존재인 구미호가 민중을 도우며 시대적 억압에 맞서는 영웅으로 그려지는 점은 상징적이다. 판타지는 현실을 은유하고, 허구는 진실을 말한다는 장르적 강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 또한 시대극 특유의 미장센과 복식, 배경음악은 당시의 분위기를 잘 재현하여 몰입감을 더한다. 특히 요정과 도심 거리의 이질적인 조화는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공간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구미호뎐1938’은 단순한 시대극도, 단순한 판타지도 아닌, 둘의 절묘한 결합으로 새로운 장르적 재미를 선사한다.
판타지를 넘어선 감정 서사
‘구미호뎐1938’은 화려한 액션과 신비로운 판타지 요소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 이면에는 탄탄한 감정 서사가 흐르고 있다. 특히 이연과 그의 동생 이랑(김범)의 관계, 류홍주와의 과거 인연 등은 단순한 복수나 갈등이 아닌, 정서적 갈망과 이해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형제애, 인연, 희생, 이별 같은 인간적인 감정들이 구미호라는 비현실적 존재들의 이야기 안에서 더욱 강조된다. 이연은 과거에 잃었던 것을 되찾기 위해 현재를 바꾸려 하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선택과 갈등에 놓인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는 이연이 인간과 요괴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역할을 다시 되묻는 장면이 감정적으로 큰 울림을 준다. 단순히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아니라, 스스로를 구하려는 존재로서의 이연은 이 작품의 핵심이다. 김소연이 연기한 류홍주 역시 과거의 사랑, 배신, 선택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내면적으로 표현하며, 판타지 안에서도 깊은 인간미를 드러낸다. 결국 ‘구미호뎐1938’은 비현실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을 풀어내며, 시청자에게 단순한 재미를 넘어선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구미호뎐1938’은 단순한 속편이 아니다. 이동욱과 김소연의 강렬한 연기, 전통 설화의 현대적 재해석, 1930년대라는 특별한 시대적 배경이 어우러져 기존 판타지 드라마와는 다른 깊이를 보여준다. 비현실적인 존재들이 전하는 현실적 감정은, 우리 삶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울림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