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 : 2020.10.21.
감독 : 이종필
출연 : 고아성 이솜 박혜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고아성, 이솜, 박혜수 세 배우가 주연을 맡아, 90년대 대기업에서 일하던 여직원들의 성장과 연대를 그린 작품입니다. 단순한 직장 코미디가 아니라, 사회 구조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여성 서사의 힘을 보여주는 영화로 다시금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삼진그룹의 현실 풍자, 그 시선의 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여성 사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냅니다. 고졸 여사원이라는 이유로 커피 타기, 복사하기 같은 단순 업무만 맡던 세 주인공이 회사의 부조리를 파헤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는 단순한 사이다 전개를 넘어서는 울림을 줍니다. 이 영화의 뛰어난 점은 현실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날카로운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낸다는 것입니다. 90년대의 조직문화와 여성차별, 고졸과 대졸 간의 위계 구조 등을 통해 지금도 유효한 구조적 문제를 조명합니다. 고아성이 연기한 자영 캐릭터는 뛰어난 관찰력과 용기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며, 직장 내에서 ‘을’의 위치에 있던 이들이 어떻게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 시절의 분위기를 고증한 배경과 의상, OST 역시 몰입도를 높이며, 영화는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회상극이 아니라 현재에도 유효한 ‘현실 풍자극’으로 다시금 평가받고 있습니다.
토익반이라는 상징, 성장의 발판이 되다
영화의 제목에 들어간 ‘토익반’은 단순한 스터디 그룹이 아닙니다. 회사에서 정규직 전환을 위해 마련된 제도이자, 그 자체가 차별적 장치로 작동합니다. 하지만 자영, 유나, 보람 세 사람에게 토익반은 성장의 기회이며, 현실을 돌파하기 위한 도전의 무대가 됩니다. 특히 이솜이 연기한 정유나 캐릭터는 현실적이면서도 뚝심 있는 성격으로, 토익이라는 ‘게임의 룰’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전략을 세워나갑니다. 박혜수의 심보람 캐릭터 역시 자신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사회 구조에 질문을 던지는 인물로 묘사되죠. 토익 점수를 통해 정규직이 되는 구조는 오늘날에도 통용되는 능력주의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동시에, 여사원들이 이 제도 안에서 어떻게 연대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을 이뤄내는지를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토익이라는 제도를 통해 인간의 노력, 연대, 저항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며, 성장 서사의 전형을 벗어나 다층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여성 연대와 사회비판의 중심에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진짜 힘은 세 여성이 펼쳐내는 연대의 이야기에서 나옵니다. 단순한 직장 동료가 아니라,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며 사회 구조에 맞서는 동지로 성장합니다. 이 영화가 기존의 여성 캐릭터 중심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개인의 성공’이 아닌 ‘공동의 정의’를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고아성, 이솜, 박혜수는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인물이지만, 사건을 통해 긴밀하게 연결되고, 조직의 부조리에 맞서는 주체로 거듭납니다. 그들은 상사에게 반기를 들고, 조직의 잘못을 은폐하지 않으며, 때로는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올바른 일을 선택합니다. 이 과정에서 보여지는 유머와 위트는 영화가 무겁지 않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큰 힘이 됩니다. 90년대 여성 직장인의 이야기지만, 그 메시지는 지금의 세대에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특히 #미투 이후의 사회적 흐름과도 연결되는 이 영화의 서사는, 오늘날 여성 서사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작품으로 충분히 재조명 받을 만합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단순한 여성 영화, 직장 코미디가 아니라, 구조적 부조리에 대한 고발과 이를 이겨내는 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시대적 배경은 90년대지만, 그 안의 메시지는 여전히 현재적이며 깊이 있는 울림을 전달합니다. 다시 봐도 가치 있는 이 영화, 지금 다시 한 번 감상해보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