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일 : 2020년 7월 9일
개요 : 멜로/로맨스, 중국, 135분
평점 : 8.94
감독 : 증국상
관객수 : 29만명
출연 : 주동우 이양천새 윤방 오월 주이
‘소년시절의 너’는 단순한 청춘 영화가 아니다. 학교폭력, 입시 스트레스, 계층 격차, 무기력한 사회 시스템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한 소녀와 한 소년이 서로를 지켜내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다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왕쯔문과 이양첸시의 놀라운 연기력은 감정을 관통하고, 연출은 슬픔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분노와 공감까지 끌어낸다. 이 글에서는 등장인물, 줄거리, 사회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영화의 서사를 다시 해석한다.
인물의 서사 구조와 감정의 층위
주인공 천멍은 전형적인 ‘조용한 모범생’이지만, 그녀의 내면은 흔들린다.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 입시에 대한 부담, 친구의 자살을 목격한 트라우마까지, 그녀는 견고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움을 안고 있다. 천멍의 복잡한 내면은 왕쯔문의 미세한 표정과 떨림으로 드러난다. 말보다 눈빛이 많은 것을 말하는 캐릭터다.
샤오베이는 정반대다. 가정도 없고 보호자도 없는 ‘거리의 소년’이지만, 누구보다 뜨겁고 진실된 감정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거칠고 위험해 보이지만, 천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전적으로 헌신한다. 그는 천멍에게 질문하지 않는다. 묻지 않고 다가서고, 묻지 않고 지켜준다. 이런 그의 태도는 기존 로맨스 장르의 클리셰에서 벗어나며, 관객에게 ‘행동으로서의 사랑’을 인식하게 만든다.
천멍과 샤오베이의 관계는 일방적인 보호나 의존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보호막이 되며, 동시에 성장의 거울이 된다. 천멍은 샤오베이를 통해 자신도 누군가를 지킬 수 있다는 힘을 깨닫고, 샤오베이는 천멍을 통해 자신이 그저 버림받은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이 감정의 층위는 단순한 로맨스보다 훨씬 깊고 복합적이며, 마치 자아를 투영하는 거울처럼 서로를 비춘다.
현실을 닮은 줄거리, 그 안의 폭력과 침묵
영화는 자극적이지 않다. 하지만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다. 천멍이 학교에서 겪는 괴롭힘은 육체적 폭력만이 아니라, 무관심과 조롱, 비난, 그리고 ‘모른 척’하는 주변인들의 반응으로 구성된다. 이 모든 것이 모여 천멍을 서서히 붕괴시킨다. 이는 단지 중국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청소년 사이에 벌어지는 왕따, 따돌림, 사회적 고립은 보편적인 문제다.
샤오베이가 천멍을 구해주는 장면은 단순한 구조 장면이 아니다. 사회 전체가 외면하는 순간, 개인이 어떻게 ‘방패’가 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힘이 세서가 아니라,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했기 때문에 특별하다. 샤오베이의 존재는 어른들의 부재와 제도적 무능력 속에서 일어난 ‘예외적인 정의’이며, 그 예외가 오히려 더 인간적이라는 아이러니를 만든다.
영화는 중반 이후 ‘살인사건’을 통해 전개를 가속화한다. 여기서부터는 감성보다 이성이 개입하는 법과 시스템의 영역이지만, 오히려 그 영역에서조차 정의는 무력하다. 경찰은 진실보다 숫자와 결과에 집중하고, 사회는 진실보다 평판과 입시에 민감하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과연 누가 진짜 죄인인가?” 샤오베이는 죄를 뒤집어쓰지만, 우리는 안다. 그 죄는 사실, 방관한 모두의 몫이라는 걸.
사회적 메시지: 우리는 모두 방관자일 수 있다
‘소년시절의 너’는 단순히 불쌍한 청소년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바로 “침묵도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친구의 자살은 단발성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 방치되고 축적된 폭력, 그리고 그 폭력을 외면한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다. 천멍이 도움을 요청할 곳은 많았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입시에 집중해라”, “성적은 괜찮잖니” 같은 무관심한 말뿐이다.
샤오베이 또한 사회가 만든 그림자다. 그에겐 아무런 보호 장치도 없다. 법은 있지만, 그 법이 그를 지켜주지 않는다. 교육은 있지만, 그 교육은 그를 포함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쓰레기’처럼 버려진 존재라고 여긴다. 그가 천멍을 만났을 때, 비로소 누군가의 세계에 ‘존재하는 사람’이 된다. 이 설정은 단순한 멜로 구조를 넘어서, 사회의 배제 메커니즘을 고발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 영화는 ‘사회문제’라는 거대한 주제를 들이밀지 않는다. 하지만 인물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를 통해 관객 스스로 느끼게 만든다. 이야기의 정답은 없다. 다만 질문은 명확하다. → “당신은 누군가를 지켜준 적이 있습니까?” → “지금 내 주변의 천멍과 샤오베이를 외면하고 있진 않습니까?”
결론: 지켜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 그 자체로 구원
‘소년시절의 너’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도 아니고, 단순한 청춘 로맨스도 아니다. 그것은 무너진 사회 시스템 속에서도 인간이 어떻게 인간을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왕쯔문과 이양첸시의 연기는 이 질문을 가슴 깊이 새기게 만든다.
영화를 보면서 주변에 흔하진 않지만 있을 법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는 다르지만 어느 나라에서나 느낄 법한 감정선을 연출하고 있었고, 배우들이 그 감정선을 굉장히 잘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샤오베이는 감옥에 간다. 천멍은 대학에 간다. 그들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서로의 존재로 인해 살아남았다. 그리고 관객은 그 과정을 지켜보며 알게 된다. 지켜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 다시 보는 지금도, 이 영화는 여전히 유효하다.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다. 하지만 때로는 단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지금 이 시대, 우리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