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성 : tvN 2022.02.12. ~ 2022.04.03. 16부작
시청률 : 11.5%
출연 : 김태리 남주혁 김지연 최현욱 이주명 김혜은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990년대 말, IMF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청춘들이 겪는 사랑과 성장, 꿈과 좌절을 섬세하게 그려낸 감성 드라마입니다. 김태리와 남주혁의 완성도 높은 연기, 일기 형식의 서사 구조, 레트로 감성이 어우러져 방송 당시 큰 화제를 모았으며, 2024년 현재에도 재조명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다시 보며 느낄 수 있는 감성적 매력과 주제의식, 캐릭터 중심의 서사 구조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김태리와 남주혁, 연기 시너지의 정점
이 드라마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단연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입니다. 김태리는 펜싱 선수 ‘나희도’ 역을 맡아 특유의 밝고 생기 있는 에너지로 10대 소녀의 혼란과 성장을 탁월하게 표현합니다. 실제로 당시 30대였음에도 불구하고 18세 캐릭터의 감정선을 리얼하게 소화해 ‘연기력의 정점’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남주혁은 ‘백이진’이라는 기자 지망생 역할을 맡아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가족이 IMF로 인해 몰락하면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현실적인 청춘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진 캐릭터를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풀어냅니다.
두 배우의 케미는 화면을 뚫고 나올 만큼 진솔하고 자연스러웠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과 성격을 지닌 두 인물이 시간과 사건을 통해 교감하며 사랑에 이르는 과정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선 ‘성장과 치유의 드라마’였습니다.
특히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감정을 억누르는 표정, 담담하게 내뱉는 대사는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력이 없었다면 결코 빛을 발하지 못했을 장면들이었습니다.
90년대 레트로 감성과 시대 공감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단순한 청춘 로맨스를 넘어, 시대적 배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드라마입니다. IMF 외환위기라는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시기를 배경으로, 부모 세대의 몰락, 청년 세대의 불안, 학교의 변화 등을 디테일하게 그려냅니다.
공중전화, 삐삐, 필름 카메라, 다이어리 등 1990년대 후반의 소품과 음악, 의상, 배경음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추억에 잠기게 만듭니다. 이러한 레트로 요소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캐릭터의 감정선과 서사를 강화하는 장치로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나희도가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일기는 단순한 내레이션 기능을 넘어, 시대의 불안과 희망, 그리고 소녀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치로 쓰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냅니다.
또한 극 중 등장하는 사회적 이슈—사교육, 가족 해체, 언론의 책임 등—은 과거 이야기지만 지금의 청년들이 여전히 겪고 있는 문제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복고’라는 감성 위에 ‘지금 여기’의 청춘을 포개며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일기 형식의 서사와 감정선의 깊이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일반적인 순차적 스토리텔링과 달리,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일기 형식의 플래시백 구조를 활용합니다. 이 구조는 나희도의 딸이 엄마의 오래된 일기를 읽는 장면에서 출발해, 1990년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과거의 감정을 회상하는 구조를 통해 감성적 몰입을 극대화합니다. 시청자는 단순히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한 사람의 삶을 엿보듯 몰입하게 되죠.
또한 인물들의 감정선도 단편적인 사랑 이야기로 머물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는 ‘첫사랑의 풋풋함’보다는 ‘사랑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달라지고, 남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희도와 이진은 분명 서로를 사랑했지만, 그 사랑은 결국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선택은 단순한 해피엔딩 혹은 새드엔딩이 아닌, 현실적인 청춘의 초상으로 다가옵니다.
이별조차 아름답게 그려낸 이 드라마는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지금도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습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단순히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시대와 인생, 청춘과 성장, 그리고 놓쳐버린 감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김태리와 남주혁의 연기는 캐릭터를 현실로 끌어내렸고, 레트로 감성과 섬세한 연출은 이 드라마를 단순한 트렌디물이 아닌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지금 다시 보면 더욱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이 드라마가 결국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스물다섯이었고, 스물하나였던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마주하게 만드는 시간. 그 자체로 이 작품은 청춘에게 주는 아름다운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