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성 : SBS 2020.04.17. ~ 2020.06.12. 16부작
시청률 : 11.6%
출연 : 이민호 김고은 우도환 김경남 정은채 이정진
2020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더킹: 영원의 군주는 김은숙 작가 특유의 로맨스에 판타지 요소를 더한 작품으로, 평행세계와 시간여행을 배경으로 한 복합적인 세계관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민호와 김고은이 각각 황제 ‘이곤’과 형사 ‘정태을’ 역을 맡아 두 세계를 넘나드는 운명적인 사랑을 그렸으며, 복잡한 설정 속에서도 정교한 서사와 감성적인 연출이 빛난 작품입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더킹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인물 간의 연결고리, 시간의 흐름, 그리고 판타지 설정의 매력을 총정리해 보겠습니다.
평행세계: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의 이중 세계
더킹: 영원의 군주의 가장 핵심적인 설정은 바로 평행세계입니다. 현실의 대한민국과는 다른 가상의 입헌군주제 국가 ‘대한제국’이 존재하며, 이 두 세계는 외형상 매우 유사하지만 정치체제, 인물의 직업, 사회 구조 등이 다릅니다.
대한제국에서는 이곤(이민호)이 황제로 군림하고 있으며, 고급스러운 궁과 절도 있는 의전 문화가 인상적입니다. 반면, 현실 세계인 대한민국에서는 정태을(김고은)이 형사로 일하고 있고, 민주주의와 현대적 질서가 지배하는 체계입니다. 이 두 세계는 ‘차원의 문’을 통해 연결되며, 오직 선택받은 이들만이 드나들 수 있습니다.
특히 인물들이 서로의 세계에 존재하는 ‘평행 인물’로 등장한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입니다. 동일한 얼굴을 가진 캐릭터들이 각 세계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고, 이로 인해 벌어지는 오해와 반전은 극에 긴장감과 흥미를 더합니다.
시간여행과 반복: 세계관을 지탱하는 퍼즐
더킹의 세계관은 단순한 평행세계 설정에 그치지 않고, 시간여행과 순환적 구조가 결합되며 한층 복잡하고 매력적인 스토리를 만듭니다. 극 중 ‘만파식적(만파식적의 피리)’이라는 전설 속 물건이 ‘차원의 문’을 여는 열쇠이자 시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도구로 작용합니다.
이곤은 어린 시절, 궁에서 벌어진 쿠데타 사건에서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구출당하는데, 이는 훗날 성인이 된 이곤 자신이 과거로 돌아가 본인을 구한 것임이 밝혀집니다. 이 설정은 드라마의 시간 순환 구조를 상징하며, 이곤의 과거와 미래가 맞물려 하나의 고리가 형성되는 강력한 복선이 됩니다.
또한 시간의 흐름이 선형적으로만 진행되지 않고, ‘기억의 리셋’이나 ‘운명의 반복’이라는 요소들이 결합되어 다소 난해하지만 깊이 있는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일부 시청자에게는 어려울 수 있지만, 이러한 구성은 재시청 시 더 큰 재미를 선사하며, 퍼즐을 맞추듯 세계관을 해석하는 재미를 제공합니다.
이민호·김고은의 캐릭터와 운명 서사
주인공 이곤과 정태을은 각각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지만, 차원을 넘나들며 점점 운명처럼 끌리는 관계로 발전합니다. 이들의 로맨스는 단순한 남녀 간의 감정선을 넘어서, ‘세계의 균형을 지키는 존재들’로서 상징성을 갖습니다.
이곤은 황제이자 과학을 사랑하는 이성적인 인물로, 치밀하고 신념이 강하며 정의감이 뚜렷한 캐릭터입니다. 그는 평행세계의 존재를 인지한 후부터 국가를 넘어 세계 전체의 질서를 고민하는 차원의 주체로 성장합니다. 이민호는 이곤의 고독함, 무게감,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까지 다채롭게 소화하며 황제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완성했습니다.
정태을은 현실 세계의 강력계 형사로,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인물입니다. 낯선 세계에서 온 이곤을 처음에는 경계하지만, 그의 진심과 세계관을 받아들이며 점점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김고은은 감정선이 복잡한 정태을 역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강인함과 연약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들의 사랑은 세계가 다르고, 시간이 어긋나 있어도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된다는 운명 서사로 이어집니다. 특히 마지막 회에서 이곤과 태을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다시 재회하는 장면은 판타지 로맨스의 정점을 보여주며, 긴 여운을 남깁니다.
결론: 철학과 감성을 품은 판타지 로맨스
더킹: 영원의 군주는 평행세계, 시간여행, 운명이라는 철학적 개념을 감성적인 로맨스로 녹여낸 독창적인 작품입니다. 단순히 로맨스 장르로 분류하기에는 아까울 만큼 세계관이 탄탄하고, 인물의 감정선과 성장 서사가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민호와 김고은의 케미스트리, 웅장한 영상미, 정교한 미장센은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이며, 지금 다시 봐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복잡한 이야기 속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관통하는 더킹은, 세계관을 좋아하는 시청자라면 반드시 한 번쯤 정주행할 가치가 있는 명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