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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면 더 소름 돋는 영화 (부당거래, 검경유착, 권력)

by 불로거 2025. 11. 9.

영화 부당거래 포스터

 

 

개요 : 범죄 · 대한민국 · 119분
개봉 : 2010.10.28.
평점 : 9.15
관객 : 272만명
출연 :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 천호진 마동석 

 

‘부당거래’는 2010년 개봉 당시에도 충격적인 스토리와 사회비판적 메시지로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보면 더욱 소름 돋는 영화로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 등 연기파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와 함께 검경유착, 권력 구조, 언론 조작 등 현실의 단면을 정확히 짚은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물이 아닌 사회 구조를 해부한 풍자극에 가깝습니다.

특히 최근의 검찰개혁 이슈, 정치권과 사법권의 갈등 등을 떠올리면, '부당거래'는 단지 흘러간 영화가 아니라 지금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습니다.

 

부당거래 황정민의 현실형 형사, ‘최철기’의 입체성

황정민은 ‘부당거래’에서 형사 최철기 역을 맡아 기존 경찰 캐릭터의 전형을 완전히 뒤엎는 현실적인 인물을 연기했습니다. 그는 '정의로운 경찰'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승진과 생존을 위해 사건을 조작하고, 폭력과 회유를 통해 수사를 이끌어가며, 검찰과도 타협하는 비열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이 캐릭터는 단순한 악인이 아닙니다. 황정민은 그 속에 숨겨진 갈등과 고뇌, 그리고 인간적인 면모를 실감나게 표현합니다. 특히 상부의 압력에 의해 사건을 조작하는 장면에서는, 그가 시스템의 희생양이자 그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톱니바퀴 중 하나임을 보여줍니다.

그가 보여주는 내면 연기는 단순히 대사를 넘어서 표정과 호흡, 무너지는 눈빛으로 전해집니다. 한 장면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데요?” 이 짧은 대사 안에는 직장 내 갑질, 실적 중심 사회, 조직 내 생존 경쟁이 응축돼 있습니다.

황정민은 이 캐릭터를 통해 “영웅이 아닌 현실 속 인물”을 그렸고, 그것이 관객들에게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최철기는 우리가 신문 기사에서 마주치는 수사기관의 누군가일 수도 있고, 어쩌면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윤리를 저버리는 우리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습니다.

 

검경유착, 언론 조작…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

‘부당거래’는 실제 한국 사회에 뿌리 깊은 검경유착과 조직적 부패를 영화적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영화 속 검찰은 경찰의 수사권을 견제하며 권력을 독점하려 하고, 경찰은 검찰의 눈치를 보며 허위 실적을 만들고, 정치권은 이를 이용해 여론을 조작합니다. 이 같은 삼각 구조는 단지 영화의 픽션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201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검찰 개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굵직한 이슈들이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은 수많은 고위직들의 '비리', '특혜', '무혐의' 처리에 대해 분노했습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부당거래'는 그저 예언적일 뿐만 아니라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현실 반영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 류승범이 연기한 검사 ‘장석구’는 권력욕에 사로잡힌 인물로, 실적을 위해 경찰을 조종하고 언론과 야합하는 등 치밀한 수 싸움을 벌입니다. 경찰은 이에 휘둘리면서도 실적을 만들어내기 위해 조폭과 손을 잡고, 무고한 이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부당거래’를 감행합니다. 이 구조 안에서는 정의도, 피해자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권력과 생존만이 기준입니다.

 

권력 시스템의 작동 원리, 그 민낯을 드러내다

‘부당거래’가 진정으로 소름 돋는 이유는 바로 이 작품이 한국 사회 권력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매우 디테일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찰, 검찰, 언론, 정치권이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때로는 필요에 의해 결탁하는 모습은 단순히 영화적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구조적 문제의 축소판입니다.

극 중 최철기와 장석구의 관계는 단순한 수사 협력 관계가 아니라, 권력과 생존, 실적과 조작, 충성심과 배신 사이의 복잡한 역학 관계입니다. 두 인물 모두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상대를 이용하며, 결국은 조직의 구조 속에서 소모됩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정의를 말하지만, 그 정의는 자기 보존을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또한 언론의 역할도 날카롭게 풍자됩니다. 기자는 진실을 보도하기보다 검찰 혹은 경찰의 의도에 따라 사건을 각색해 보도하며, 언론의 권력이 어떻게 여론을 조작하는 데 쓰일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단지 영화 속 허구가 아니라, 오늘날 SNS와 뉴스 플랫폼을 통해 가공된 정보가 사람들의 판단을 얼마나 쉽게 왜곡시키는지를 상기시킵니다.

결국 ‘부당거래’는 권력의 중심에 있는 이들이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유지하는지를 해부하며, 그 과정에서 정의, 진실, 피해자는 점점 무력화된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영화는 결말조차 명확하지 않습니다. 관객은 마지막 장면에서 더 큰 질문을 떠안고 극장을 나오게 됩니다.

 

현실을 꿰뚫은 사회 고발 영화, 지금 다시 봐야 할 이유

‘부당거래’는 시간이 지나도 전혀 낡지 않는 영화입니다. 오히려 시대가 갈수록 이 영화의 의미는 더 무겁고 날카롭게 다가옵니다. 황정민의 몰입도 높은 연기, 류승완 감독의 정교한 연출, 사회 시스템에 대한 냉철한 시선은 지금도 충분히 유효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범죄를 다룬 영화가 아닙니다. 영화는 법과 정의, 권력과 조작, 생존과 타협 사이에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현실을 비추는 가장 거울 같은 영화, ‘부당거래’는 지금 이 시대에 더 많은 사람들이 다시 봐야 할 이유가 충분한 작품입니다. 혹시 아직 감상하지 못하셨다면, 꼭 한 번 진지한 시선으로 마주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