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성 : SBS, 2024.09.21. ~ 2024.11.02. 14부작
시청률 : 13.6%
출연 : 박신혜 김재영 김인권 김아영
2024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는 법정극의 외형을 지닌, 그러나 내용은 완전히 다른 신개념 판타지 스릴러다. 전직 지옥의 재판관이 인간의 몸에 빙의해 지구에서 ‘심판’을 완수하려는 설정은, 지금까지의 한국 드라마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파격적인 전개로 주목받았다. 오컬트적 요소에 K-법정극의 현실 비판을 더하고, 여기에 심리 스릴러와 액션까지 결합된 이 작품은 박신혜와 김재영의 연기 시너지 속에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하며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글에서는 <지옥에서 온 판사>의 주요 등장인물, 탄탄한 줄거리 구성, 그리고 다양한 시청 후기를 종합하여 그 흡입력의 비밀을 파헤쳐본다.
등장인물: 인간의 탈을 쓴 심판자, 그 앞에 선 형사
<지옥에서 온 판사>는 단순히 주인공 한 명의 활약으로만 굴러가는 드라마가 아니다. 등장하는 캐릭터 모두가 자신만의 사연과 철학을 가지고 있고, 그들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갈등과 긴장감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먼저, 주인공 강빛나(박신혜)는 서울중부지법 형사18부의 판사로,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스펙과 미모를 갖춘 엘리트지만, 사실은 지옥의 재판관 ‘유스티티아’가 빙의한 존재다. 그녀는 과거 지옥에서 오심을 범해 벌을 받고 인간 세계로 내려오게 되었고, 1년 안에 반성하지 않는 10명의 악인을 직접 심판해야만 다시 지옥으로 돌아갈 수 있다. 강빛나는 일반적인 도덕 기준이나 판사로서의 사명감은 전혀 없는 인물이며, 법이라는 시스템을 오히려 ‘심판의 도구’로 활용한다. 피해자들의 고통에도 무관심하고, 언론과 사회적 비난에도 태연한 그녀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람?”이라는 한 마디로 캐릭터의 본질을 설명한다.
이에 반해, 남자 주인공 한다온(김재영)은 노봉경찰서 강력2팀 소속 형사로, 따뜻한 감성과 날카로운 직감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다. 약자에겐 누구보다 온화하지만, 범죄자에겐 냉정하고 무자비하다. 그는 빛나의 이상한 판결들을 목격하면서 그녀를 의심하게 되고, 그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진실들과 마주하게 된다. 다온은 단순히 정의감 넘치는 형사를 넘어, 과거의 상처와 복수심, 그리고 빛나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품게 되면서 점차 변화해간다. 이처럼 두 주인공은 정의라는 이름 아래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존재이며, 그 대비가 극의 몰입도를 크게 높인다.
줄거리: 법이 놓친 자들을 향한 진짜 심판의 시작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기존의 법정극과는 궤를 달리한다. 한 성범죄 사건에서 명백한 증거와 피해자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법적 허점과 제도적 한계로 인해 가해자가 무죄로 풀려나는 장면은 시청자에게 강한 충격을 준다. 이 무죄 판결을 내린 사람이 바로 강빛나 판사인데, 그녀의 진짜 정체는 지옥의 재판관 유스티티아다. 유스티티아는 과거 지옥에서 한 인간의 운명을 잘못 판단해, 그 대가로 인간 세계에 내려온 존재다. 그녀가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1년 내에 반성 없는 죄인 10명을 처단해야 하며,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인간 판사 강빛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일반적인 판사와는 다르게 행동한다. 명백한 유죄 피고인을 일부러 ‘무죄’로 판결해 석방시키고, 법정 밖에서 ‘진짜 재판’을 벌이기 위해 그들을 사회에 풀어둔다. 판결은 철저히 계산된 전략이며, 구치소 대신 세상 속으로 나가게 만든 죄인들은 다시 한번 범죄의 기회를 얻게 되고, 그 순간 유스티티아는 그들을 심판한다. 이 설정은 극 중에서 수많은 논란과 긴장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던 그녀의 계획은 한 형사의 의심으로부터 흔들리기 시작한다. 바로 강력계 형사 한다온이다. 그는 강빛나의 판결에 의문을 품고 추적을 시작하며, 그녀가 단순한 엘리트 판사가 아님을 감지한다. 수사가 깊어질수록 다온은 자신이 추적하는 사건들이 단순한 범죄가 아닌, 더 큰 진실과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한 그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와도 직면하게 되며, 법과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결국 줄거리는, 인간 사회의 법이 하지 못하는 심판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며 전개된다. 각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사건들은 실제 사회 문제를 연상시키며, 단순한 드라마 이상의 메시지를 품고 있다.
시청후기: 오컬트 판타지에 현실을 끌어들인 도전적인 실험작
<지옥에서 온 판사>는 방송 초반부터 시청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판사가 사람을 죽인다”는 설정 자체에 거부감을 느낀 시청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신선한 소재와 탄탄한 세계관,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찬사로 이어졌다. 박신혜는 이 작품을 통해 기존의 밝고 선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냉정하고 복합적인 내면을 지닌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소화했다.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과 냉소적인 대사는 오히려 캐릭터의 비인간적 본질을 부각시키며, 극의 중심을 강하게 잡아주었다.
김재영 역시 빛나와 상반된 감정 중심의 캐릭터를 안정감 있게 표현하며 극의 균형을 잡았다. 두 배우의 ‘비로맨틱’한 케미는 이 드라마를 단순한 남녀 주인공의 관계 이상으로 확장시켰고, 서로 다른 정의와 감정이 충돌하고 변화하는 과정은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세계관은 매우 복합적이다. 지옥, 악마, 심판자, 빙의라는 오컬트적 설정에, 동서양 종교와 신화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 로마 신화의 유스티티아, 유대교의 게헨나, 불교의 시왕 개념 등이 혼합된 이 세계관은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 철학적 상징성을 갖는다. 제작진이 단테의 ‘신곡’을 참고했다고 밝힌 만큼, 이 드라마는 고전 문학과 현대 드라마 사이의 경계를 넘나든다.
시청자들은 매 회차 등장하는 심판 대상자들이 현실 속 사회적 이슈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도 높은 공감을 보였다. 성범죄, 권력형 범죄, 사법 부패, 데이트 폭력, 디지털 성범죄 등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사건들을 에피소드로 재구성하며, 극 중 ‘심판’은 단순한 응징이 아닌 사회적 메시지로 기능한다. 이처럼 <지옥에서 온 판사>는 단순한 오락물을 넘어서, 시청자들에게 고민과 토론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정의와 심판이라는 주제를 가장 파격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K-드라마다. 기존 법정극의 한계를 넘어서며, 법이 하지 못한 심판을 누가,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오컬트, 법정, 복수, 심리, 사회고발이라는 다양한 장르 요소가 융합되어 있음에도 서사 구조는 탄탄하게 정리되어 있다. 박신혜와 김재영의 연기, 철학적 메시지, 그리고 세계관의 독창성까지 겸비한 이 작품은 2024년 가장 도전적인 K-드라마 중 하나로 평가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지금, 이 신선한 심판극을 직접 경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