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일 : 2025.01.22.
개요 : 코미디 · 대한민국 · 118분
평점 : 7.39
관객수 : 254만명
출연 : 권상우, 황우슬혜, 정준호, 이이경
2020년 설 연휴 시즌 개봉한 영화 ‘히트맨’은 권상우의 재발견이라 불릴 만큼 그의 연기 변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국가정보원 출신 전설의 킬러가 웹툰 작가로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는 설정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액션과 코미디, 그리고 가족 드라마라는 서로 다른 장르를 유쾌하게 버무렸다. 웹툰이라는 현대적인 소재를 활용해 젊은 감성까지 끌어안으며, 한국형 오락영화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히트맨 전직 킬러의 이중생활, 설정이 곧 몰입이다
‘히트맨’의 주인공 ‘준’은 국가정보원 산하의 비밀 특수요원 조직 ‘국정원 블랙 요원’으로 활동했던 전설적인 킬러다. 뛰어난 실력 덕분에 조직의 비밀 작전에 차출되지만, 어린 시절의 꿈인 ‘만화가’를 포기하지 못한 그는 국정원에서 극적으로 탈출해, 이후 이름을 감추고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자 무명 웹툰 작가로 살아간다.
이 극단적인 이중생활은 영화의 가장 큰 몰입 포인트다. 평범하고 찌질해 보이지만, 위기 순간마다 드러나는 전직 킬러의 능력은 관객에게 통쾌한 반전을 선사한다.
준이 술에 취한 채 과거 자신의 요원 시절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려 인터넷에 공개하면서부터 영화는 급격히 속도를 낸다. 웹툰은 ‘픽션’으로 인정받지만, 그 안에 실린 정보가 국정원의 비밀을 그대로 담고 있어, 영화는 순식간에 첩보물로 변신한다.
이 설정은 만화적 상상력과 현실적인 액션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영화 전체의 긴장과 웃음을 효과적으로 조율한다. 특히 과거 회상 장면에서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연출은 영화의 독창적인 색깔을 만들어내며, ‘웹툰’이라는 소재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영화의 핵심 장치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권상우의 코미디 연기, 이이경·정준호와의 팀워크
‘히트맨’에서 가장 주목받은 요소는 배우들의 활약이다. 권상우는 2000년대 초반의 멜로와 액션 히어로 이미지에서 벗어나, 코믹하고 인간적인 연기를 제대로 선보인다. 과장된 표정, 엉뚱한 행동, 그리고 중후한 액션을 넘나드는 그의 연기는 관객에게 신선한 재미를 준다.
조력자 역할로 등장한 ‘철’ 역의 이이경은 특유의 에너지와 코믹 본능으로 영화의 템포를 끌어올린다. 그는 과장된 액션과 엉뚱한 대사를 자유자재로 소화하며, 신스틸러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한편, 국정원 요원 ‘덕규’ 역의 정준호는 묵직한 카리스마와 능청스러운 말투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관객에게 웃음과 위협을 동시에 선사하는 복합적인 매력을 보인다. 특히 권상우와 정준호가 대치하는 장면은 팽팽한 긴장감과 코믹함이 공존하는 최고의 시퀀스 중 하나다.
연출과 톤 조절, 그리고 숨겨진 제작 디테일
감독 최원섭은 ‘히트맨’을 통해 장르적 혼합을 매우 세련되게 구현해냈다.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는 병맛코미디에 가까우나, 상황 설정과 감정선 조율은 상당히 진지하고 안정적이다. 이처럼 무게감 있는 주제를 가벼운 템포로 녹여내는 연출 방식은 관객에게 피로감을 주지 않으며, 다양한 세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영화의 톤을 넓혔다.
액션 연출 또한 인상적이다. 격투, 총격, 추격전 등 전형적인 액션 장면 속에서도 웹툰적 연출 기법을 도입하며 차별화된 시각적 쾌감을 제공한다. 예컨대, 슬로우모션과 과장된 효과음, 만화풍 자막 등은 영화의 병맛 분위기를 극대화하며, 시각적 유머를 완성시킨다.
뿐만 아니라, 세트와 미술, 소품 등 세부적인 제작 디테일도 돋보인다. 웹툰 속 배경이 실제 공간과 겹치는 장면, 과거 회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카메라 트릭 등은 실제 웹툰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영화적 재미를 한층 높인다.
관객 반응과 흥행 성적, 그리고 장르적 의의
‘히트맨’은 설 연휴 시즌 관객에게 ‘가볍고 유쾌한 오락영화’로 어필하며 전국 240만 관객을 돌파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당시 경쟁작이었던 ‘남산의 부장들’, ‘미스터 주’ 등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평이한 소재였지만, 가족 단위 관람층의 호응과 입소문을 통해 꾸준한 흥행을 이어갔다.
특히 “병맛인데도 완성도가 있다”, “생각보다 감동적이다”, “코미디지만 구조가 탄탄하다”는 평가가 많았으며, 일부 평론가들 역시 ‘히트맨’을 두고 “한국형 상업영화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한 작품이라 평했다.
이 영화는 B급 코미디 요소를 활용하면서도, 흔한 억지스러운 스토리 전개를 피하고 각 캐릭터의 개연성을 유지해 장르적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웹툰, 국가기관, 가족 서사라는 서로 다른 영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해내며,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유니크한 액션코미디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결론: B급 유쾌함 속에 숨겨진 따뜻한 한 방
‘히트맨’은 결코 대단히 거창하거나 복잡한 메시지를 전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액션, 가족, 웃음, 웹툰이라는 네 요소를 균형 있게 배치해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로 기능한다. 권상우의 연기 변신, 적절한 캐스팅, 감각적인 연출, 그리고 무엇보다도 웹툰이라는 매체를 창의적으로 활용한 점이 큰 강점이다.
결과적으로 ‘히트맨’은 단순한 병맛 코미디가 아닌, “가볍지만 제대로 만든 작품”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웃고 즐기고, 생각보다 뭉클한 감정까지 얻고 싶다면, 이 영화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